
일반적으로 통장쪼개기를 하면 돈이 모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. 저도 그 말을 믿고 이 통장 저 통장 만들어봤는데,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효과가 없었습니다. 통장만 여러 개 생겼을 뿐, 돈은 이리저리 옮겨다니기만 했죠. 제 경험상 통장쪼개기는 '개수'가 아니라 '목적'이 명확할 때만 의미가 있었습니다. 특히 월급쟁이라면 매달 들어오는 급여를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1년 후 통장 잔고를 결정합니다.
이벤트자금, 왜 따로 빼둬야 하나
제가 300만 원 적금을 들었을 때 가장 큰 적은 충동구매가 아니라 '예정된 지출'이었습니다. 부모님 생신, 친구 결혼식, 자동차 보험료, 연말 옷 구매 같은 건 분명 1년에 한 번씩은 돌아오는데, 이걸 미리 준비 안 하면 적금 깨는 게 당연하더군요. 이벤트자금(Event Fund)이란 연간 계절별로 발생하는 비정기 지출을 대비한 통장을 뜻합니다. 쉽게 말해, 1년 치 큰 지출 목록을 미리 적어두고 그 금액을 12개월로 나눠 매달 조금씩 모아두는 겁니다.
저는 1년 전 엑셀로 지출 항목을 정리했습니다. 부모님 용돈, 명절 비용, 자동차세, 연말 여행비까지 합치니 대략 500만 원 정도 나오더군요. 이걸 12로 나누면 월 42만 원입니다. 그래서 월급 들어오는 날, 생활비 통장과 별도로 이벤트자금 통장에 42만 원을 자동이체로 보냈습니다. 실제로 써보니 명절이나 보험료 낼 때 적금 건드릴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. 일반적으로 비상금 통장을 만들라고 하는데, 제 경험상 비상금보다 이벤트자금이 훨씬 실용적이었습니다.
- 연간 지출 항목을 미리 리스트업한다 (부모님 생신, 명절, 보험료, 세금, 여행 등)
- 총액을 12개월로 나눠 매달 자동이체한다
- 이벤트 발생 시 이 통장에서만 꺼내 쓴다
이 방식을 쓰면 적금은 절대 깨지지 않습니다. 저축의 신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이 원칙을 지킨다고 합니다(출처: 금융감독원 금융교육 자료).
청년도약계좌, 정말 무조건 해야 할까
청년도약계좌는 정부가 청년층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정책형 상품입니다. 만 19~34세 청년이 매달 최대 70만 원씩 5년간 납입하면, 정부 기여금과 우대금리를 합쳐 원금 4,200만 원이 약 5,000만 원으로 불어나는 구조입니다. 일반적으로 연소득 6,000만 원 이하, 가구소득 중위 180% 이하여야 가입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, 실제로 조건을 따져보면 웬만한 청년은 다 해당됩니다.
제가 직접 은행 상담을 받아보니, 5년 뒤 만기 시 500만 원가량을 정부와 은행이 그냥 얹어주는 셈이었습니다.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좋은 조건이었습니다. 같은 금액을 일반 적금에 넣으면 4,500만 원 정도 받는데, 청년도약계좌는 5,000만 원을 줍니다. 차이가 500만 원이면 안마의자 한 대 값이죠.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, 제 생각엔 정말 아깝습니다.
다만 월 70만 원이 부담스럽다면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. 제 주변에도 50만 원만 넣는 친구가 있는데, 그래도 정부 지원금은 받으니까 일반 적금보다 훨씬 낫다고 하더군요. 일반적으로 청년도약계좌를 하면 다른 저축을 못 한다는 오해가 있는데, 실제로는 이 상품을 기본으로 깔고 남는 돈으로 추가 적금을 드는 게 정석입니다. 저는 청년도약계좌 50만 원 + 일반 적금 100만 원 조합으로 운용 중입니다.
적금 vs 예금, 뭐가 더 나을까
많은 분들이 매달 예금을 드는데, 저는 이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. 예금과 적금의 차이는 만기 시점입니다. 예금은 목돈을 한 번에 넣고 만기 때 찾는 구조고, 적금은 매달 조금씩 넣어 만기에 목돈을 만드는 구조죠. 그런데 매달 200만 원씩 예금을 드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? 첫 달 예금은 12개월 후 만기, 둘째 달 예금은 13개월 후 만기가 됩니다. 결국 1년 내내 만기가 돌아오는 겁니다.
제가 예전에 이 방식을 써봤는데, 매달 소액 만기금이 들어오니까 '이번 달은 조금 써도 되겠지'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. 결국 목돈이 안 모였습니다. 적금은 만기가 한 번에 오니까 목돈이 딱 뭉쳐서 나옵니다. 저축이란 흩어진 돈을 목돈으로 뭉치는 행위인데, 매달 예금을 들면 이 원칙이 무너집니다. 일반적으로 예금이 적금보다 이자가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, 제 경험상 목돈을 만드는 데는 적금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.
다만 예금이 더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. 입출금 통장에 3,000만 원, CMA에 800만 원, 파킹통장에 1,000만 원 이렇게 현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면, 이걸 한곳에 모아 주거래은행 정기예금에 넣는 게 낫습니다. 입출금 통장 이자는 연 1% 남짓인데, 정기예금은 연 3~4%를 주니까요. 저는 이렇게 모아둔 예금을 '기회자금'이라고 부릅니다. 나중에 집을 살 때나 급전이 필요할 때 쓸 돈이죠.
월급이 들어오면 저는 이렇게 합니다. 첫째, 월급 들어오는 날 바로 적금이 빠져나가도록 자동이체를 걸어둡니다. 며칠 후에 나가면 그 사이에 돈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든요. 둘째, 생활비 통장에 평월 예산을 송금합니다. 월급 통장은 오직 월급을 받는 용도로만 씁니다. 카드 결제나 현금 인출은 생활비 통장에서만 합니다. 셋째, 이벤트자금 통장에 월 42만 원을 보냅니다.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월급 통장은 항상 비어 있고, 돈은 목적에 맞게 흘러갑니다.
나홀로 1인 시기가 돈 모으기 최적기라는 건 정말 맞습니다. 배우자나 아이가 생기면 계획에 없던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거든요. 저는 지금 이 시기에 최소 5,000만 원은 모아두려고 합니다. 3년 안에 5,000만 원을 모으면, 그 다음 5년 안에 1억은 자동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더군요. 실제로 제 주변에 3년 차에 5,000만 원 만든 선배가 있는데, 지금 7년 차에 1억 3천 넘겼습니다. 저축은 속도가 아니라 습관입니다. 한 달에 1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, 일단 시작하면 영감이 찾아옵니다. 그 영감이 결국 기회를 만들어줍니다.